통근이라는 그림자 노동

위례 신도시에서 아이들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려고 팔자에 없던 출퇴근길을 첫 경험 했다. 지금은 한옥마을로 변해버린 내 고향 집은 1km 반경에 국민학교(후일 초등학교), 여중 여고, 교육대학교가 있었고(대학교까지 집 앞이기 쉽지 않건만), 나는 큰 고민 없이 집 앞의 학교들로 직진했었다. 직장마저 고향 도시에서 교편을 잡았기에 나는 진정한 촌뜨기였던 것이다.

3년 전 Microsoft와 이화여대로 근거지를 옮기며 거대도시 위로 밀려오는 수많은 발걸음과 바쁘고 탁한 공기에 매우 놀랐었다. 거기에 위성도시(교과서에서만 봤던 단어인데 드디어 경험해볼 기회가!)로 잠시나마 출퇴근을 하게 되니 진짜 서울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그림 출처: https://www.pexels.com/photo/city-traffic-people-transportation-32265/

새벽부터 지하철의 덜컹거림에 졸린 몸을 버티며, 때로는 운 좋게 의자에 안겨 한 시간 넘는 거리를 오갔다.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팟캐스트도 듣고, 동영상 강의로 공부도 하며 나름 이것저것 해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한 달 넘게 오가는 피로 후에 내린 결론은, 수도권 사람들이 아침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보내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은 참으로 아깝다는 것이었다(아마 집값 때문이겠지? 이건 의식을 넘어서는 구조적인 문제다).

크레이그 램버트는 '그림자 노동의 역습'에서 보이지 않은 일들이 대가 없이 사람들에게 떠넘겨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소리 없이 옷 젖는다고, 통근은 무시할 수 없는 비용에다가 시간까지 엄청나게 잡아먹는 그림자 노동이다. 노동이 삶을 압도하는 현실이 바뀌려면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통근하며 파김치가 되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꼭 필요한 부분에서부터 재택근무가 조금씩 도입된다면 돈과 시간 그리고 체력을 절약해서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일하고 삶의 질도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어찌 되었든 나의 짧은 위성도시 출퇴근은 일단락되었다. 잠시나마 통근을 겪으며 그림자 노동의 무서움과 수도권 사람들의 애환을 알게 된 몇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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