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생활

“나의 태양이 밤에도 빛날 수 있다면 나는 색채에 물들어 잠을 자겠네!”
- 샤갈(Chagall)의 시 ‘그림’ 중에서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색채를 과학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것은 어린 아이가 악보 없이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말로 색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또 뉴턴은 ‘색채는 빛 그 자체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색이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 이미 200~300년 전에 살았던 대문호와 과학자가 강조를 했었던 것이다.

그림 출처: https://www.pexels.com/photo/man-wearing-brown-crew-neck-t-shirt-beside-red-yellow-and-white-wall-painting-110055/


색은 참으로 신비한 현상이다. 요하네스 이텐(Johannes Itten)은 그의 대표적 미술교육학 저서인 『색채의 예술』에서 ‘색은 우리의 의식과는 상관없이 긍정적 혹은 부정적 방식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이다.’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처럼 색은 우리를 특정한 에너지 영역과 접촉하게 해주는 실제적 방사 에너지이다.

‘플레전트 빌(Pleasant ville, 1998)’이라는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무채색의 마을 플레전트 빌에는 단지 색깔만 없는 것이 아니다. 색이 없는 마을에는 사랑과 감성˙희망과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마을에 감성과 사랑이 싹트기 시작하면서 시나브로 색깔이 옷 입혀진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사람들의 마음이 활짝 열리고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생기를 되찾는다. 그럼으로써 꿈도 미래도 없던 한 마을이 차츰 희망을 품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색깔이 우리의 삶 그 자체’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색은 우리의 삶 전반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빨간색을 떠올리면 강한 에너지로 인한 자신감과 생동감이 느껴진다. 노란색은 귀엽고 생기발랄한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톡톡 튀는 개성과 희망˙기쁨이 연상된다. 녹색은 편안함과 휴식을 제공하는 자연의 색이고, 파란색은 시원한 바다의 색으로 신뢰와 비전을 상징한다. 이처럼 다채로운 색의 이미지는, 세상을 좀 더 풍요롭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색이 생활에 활용되는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자. 대표적인 것이 음식이다. 토마토와 양상추를 넣어 만든 샐러드의 경우, 보기만 해도 상큼한 느낌이 저절로 들고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신선한 초록색 양상추가 붉은색 토마토를 더욱 돋보이게 하여 미각을 한껏 자극하기 때문이다. 즉, 상반된 두 가지 색이 보색 관계를 이루면서 동시에 조화롭게 협력하여 만들어내는 절묘한 색의 효과이다.

색의 효과는 비단 음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색은 음식을 담는 그릇과의 조합에도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파란색 그릇은 식욕을 떨어트리므로, 음식을 통해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할 사람이라면 되도록 피해야 한다. 그런 사람은 식욕을 자극하는 오렌지나 붉은색 그릇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는, 파란색 그릇이 불필요한 식욕을 억제하는 데 안성맞춤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파란색에는 또 하나의 신기한 비밀이 숨어있다. 고속도로 위를 씽씽 달리다가 우연히 파란색 자동차를 보았다고 하자. 노란색이나 빨간색 자동차와 파란색 자동차가 나란히 달린다고 가정할 때, 파란색 자동차는 얼마나 빨리 달리는 것처럼 보일까? 장담하건대, 같은 속도로 달려오는데도 파란색 자동차가 다른 차들보다 한결 느리고 더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 때문에 파란색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교통사고의 위험에 더 자주 노출된다. 실제로 교통사고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파란색 자동차는 다른 색깔의 차들에 비해 사고 기록이 더 높다고 한다. 왜 그럴까? 파란색은 수축색이므로 실제 거리보다 더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운전자를 방심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색에 숨겨져 있는 맥락을 알면 알수록, 그만큼 삶에 숨어있는 오묘한 원리들에 눈을 뜨게 된다. 색깔이 없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단조롭고 무미건조할까?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색깔을 생활의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면, 색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송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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