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분할

고대인들은 ‘미(美)’가 대상의 ‘객관적 속성’이라고 생각하였다. 말하자면, 모양이나 무게처럼 대상이 아름답다는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고였다. 황금분할은 이러한 고대인들의 미 의식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개념이다. 미학적인 매력뿐만이 아니더라도, 오늘날 황금 분할은 건축˙예술˙수학˙생물학 등 수많은 영역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림 출처: https://www.pexels.com/photo/worms-eye-view-of-spiral-stained-glass-decors-through-the-roof-161154/


황금분할은 고대 그리스 피타고라스 학파의 일원인 히파수스(Hippasus)가 정오각형의 대각선과 한 변이 자연수의 비로 나타낼 수 없는 특별한(바로 황금분할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역사적으로 그 모습을 처음 드러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리고 ‘황금분할’이라는 용어는 1835년 마틴 옴이 자신의 저서 『순수 기초 수학』에서 처음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황금분할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0.618:0.382의 비례를 말한다. 그리스 사람들은 이 비례야말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여, 인체 조각과 신전을 건축할 때 널리 황금비율을 사용하였다. 고대인들은 어떻게 황금분할을 착상하였을까? 놀랍게도 이 비례관계는 소라고둥이나 꽃잎 등 여러 자연물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견된다고 한다.

자연 연구가 파이퍼(F.X. Pfeifer)는 식물에 관한 측량을 하기 위해 자잘한 측정을 무수히 반복하여 종합한 결과를, 1885년에 펴낸 자신의 저서 『황금 분할과 수학, 자연, 예술에서 나타나는 모습』에 수록하였다. 그의 책에 담긴 황금분할에 대한 핵심적인 통찰은 다음과 같다.

“깃털 모양의 잎이 연속적으로 커지거나 작아질 때나 여러 겹일 때 황금분할은 자주 출현한다. 예를 들어 아주 다양한 미나리과 식물 중에서 위 조건을 충족하는 잎의 수는 아주 많아서, 수백만 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할 정도이다. 그리고 그들 잎의 압도적 다수가 M:m이라는 비에 아주 근접하게 되며 그것도 대부분의 보기에서는 여러 번 그러하다.” (보이텔스바허˙페트리, 『황금분할』, 도서출판 이치, pp.185.)

가장 아름다운 비례인 황금분할은 자연물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속성이었다가 인간의 사고로 추상화되었다. 황금비를 중시한 고대인의 관점에서는 아름다움은 사물의 객관적 속성 중 하나이다. 따라서 사물의 무게를 달고 길이를 잴 수도 있듯이, 미도 수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가장 아름다운 인체 비례를 수치로 표시하여 후대의 예술 활동을 위한 본보기를 남겨두었다.

“플라톤은 척도와 비례를 중시했다.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들, 예를 들어 직선이나 원, 그리고 이것들을 이용해 자로 잰 듯이 만들어낸 평면이나 입체, 이것이야말로 미의 이데아(Idea)에 가까운 순수한 형태라고 말했다. 플라톤은 미를 보는 것은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수학적으로 완벽한 직관에 가깝다고 하였다. 후대에는 이런 수학적으로 직관 되는 미적 형태들을 ‘추상’이라고 하였다.” (진중권, 『미학오디세이1』, 휴머니스트, pp.91.)

위와 같이 아름다움이 수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 속성이라면,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데 특별한 감각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듯 고대의 관점에서 미를 파악하는 것은 하나의 ‘인식’이다. 르네상스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미에 대해 절대적인 관점을 유지하였고, 근대 이후에도 고전주의자들은 여전히 이 믿음을 고수하였다.

사실 황금 분할의 미학적 특성은 워낙 강렬해서, 여러 시대에 걸쳐 많은 예술가와 건축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이를 차용하였다. 황금 분할에 따라 완성된 예술품은 전체와 부분이 균형 잡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희열을 느끼게 한다.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하며 발달해 온 과학과 예술의 자취에서, 황금 분할의 개념은 점차 대중적으로 보편화 되었다. 아마도 인간이라는 존재가 원초적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본능적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많은 교회가 ‘신성한 비율’에 따라 지어졌다는 점은 황금비가 종교와 문화의 영역에까지 폭넓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예술의 영역 이외에도 수많은 학자가 황금 분할에 매료된 까닭은, 황금비가 세포˙원자˙분자˙쿼크 등의 아주 미세한 단위에서부터 태양계˙은하˙우주를 망라하는 광대한 대상에 대해서까지도 적용되는 하나의 심미적 기준이기 때문일 것이다.

- 송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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